연담蓮潭 유일(有一 1720~1799), 백련白蓮 도연(禱演 1737~1807), 완호玩虎 윤우(倫佑 1758~1826) 등 세 승려의 탑명을 비롯하여 이와 관련한 필사 자료를 모은 서첩이다. 서첩 안 첫 면에는 소치小痴 허련(許鍊 1809~1892)이 수묵과 연한 채색으로 그린 〈월매도月梅圖〉가 있다. 다음에는 추사秋史 김정희(金正喜 1786~1856)가 연담대사의 탑명을 직접 쓴 〈연담탑비명蓮潭塔碑銘〉이 있다. 초당初唐 구양순歐陽詢 서풍에 행서 필획을 가미하여 대자大字 해서로 썼는데 김정희 해서의 표준이 되는 중요한 예다. 이어 김정희가 짓고 쓴 이〈연담탑비명〉을 초의 의순이 내용을 수정하여 예서로 쓴 필적이 실려 있다. 연담의 법명은 유일有一이고, 자는 무이無二인데 합치면 ‘유일무이唯一無二’와 같은 발음이다.
추사 김정희는 이 ‘유일무이’란 재미난 조합을 이용하여 〈연담탑비명〉을 지었고, 초의 의순은 자신의 글로 중간 이하 부분을 채워 새롭게 쓰게 된 것이다. 초의는 글 말미에 작은 예서로 추사가 쓴 글이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여 맥락에 맞도록 글을 정리했다는 설명을 써 놓았다. 이 서첩은 연담, 백련, 완호라는 대둔사 세 승려의 탑명을 모은 점에서 의미가 있고, 정약용 등 문집에는 누락된 내용이 실려 있어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.